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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패 손에 넣은 김에 마패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길을 가는데 뜬금없이 마패(馬牌)가 눈에 띄었습니다.(인사동을 걷는게 아니었어요. ㅠㅠ) 한번 꽂히면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라 결국 마패를 구입했습니다. 이왕 구입한 마패, 이리 저리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구입한 마패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뜯어보도록 하죠. ㅋ


요즘 사극에도 암행어사가 자주 나오나요? 옛날 사극의 단골손님은 암행어사였습니다. 지금이야 슈퍼히어로들이 지구를 지키지만 옛날엔 암행어사가 한국의 정의를 지키는 슈퍼히어로였습니다. 사극에 나오는 암행어사를 상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마패는 그 가운데 하나였죠. 그래서 옛날엔 마패를 가질수 있는 사람은 암행어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사실 마패는 암행어사뿐 아니라 공무로 출장 가는 관원들에게도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마패라는 물건은 출장가는 관리들이 역(驛)에서 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증명서였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마패가 언제 처음 사용된건 고려 후기 원 간섭기 부터라고 합니다. 고려 중기 이전에는 역에서 말을 사용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법으로 제한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말의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었고 마패제도가 시행됐죠. 몽고의 세계지배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많은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역을 효과적으로 운용한 것에도 큰 점수를 준다고 합니다. 몽고는 지배 지역마다 역을 만들고 군인들이 말을 갈아탈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운용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고려에도 흘러들어온 것이죠. 


조선 초기에는 고려시대의 마패를 그대로 사용했는데요, 1405년(태종 5년)에 이것을 폐지하고 1410년 4월부터 새로운 마패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패는 초기엔 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증과 같았던 호패도 나무로 만들어졌죠. 근데 이것이 파손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멀리 출장가는 사람에게 주는 증명서인데, 이리 저리 들고 다니면 당연히 망가지겠죠. 그래서 결국 구리로 제조했다고 합니다. ㅎ 


이제 마패를 살펴볼까요? 앞면에는 말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 마리부터 다섯마리까지 말의 숫자가 달랐는데요, 관원의 등급에 따라 숫자가 달랐다고 합니다. 말의 숫자는 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의 수를 가리켰다고 하네요. 



마패의 발급은 중앙과 지방이 방식이 다릅니다. 중앙은 병조에서 증서를 발급한 뒤 상서원에서 왕에게 보고하여 마패를 발급했으며, 지방에서는 감사, 병사, 수사 등이 마패를 지급받아 왕에게 보고문을 올리거나 진상을 할 때 말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발급되는 마패도 있었는데요, 급박한 군사적 사정이 있을 때에는 쌍마(雙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긴급사(緊急事-급한 일)’라는 글자를 써주어 밤낮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하였다네요.


뒷면을 볼까요? 한자가 어지럽게 써있네요. ㅠㅠ (한자를 읽는 순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습니다.) 맨 오른쪽에 尙瑞院(상서원)이란 글자 써있네요.  병조가 발급한 마문(馬文- 관원이 공적인 업로 지방에 내려 갈 때 역마를 징발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공문서)에 의해 상서원에서 마패를 발급했음을 증명한다는 뜻입니다. 맨 왼쪽에 있는 도장은 상서원의 도장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왕족들이 지녔던 마패의 한 면에는 말의 필수를, 다른 한 면에는 ‘마(馬)’자만 새겨넣었다고 합니다. 보통 마패와는 다른 모양이겠네요. 


추학(秋學)이란 글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와있지 않네요. ㅠㅠ 號馬牌(호삼마패)는 이 마패는 3마리를 이용할 수 있는 마패라는 뜻이겠죠? 옆에는 雍正八年六月(옹정 8년 6월)이라 써있는데요, 이는 마패를 발급한 날짜입니다. 옹정은 청나라 옹정제를 뜻하는데요, 옹정 8년이라면 1727년입니다. 이 마패가 진짜라면 300년이 넘은 것이네요.(아무리 봐도 때깔이 너무 좋아서 그럴리는....ㅠㅠ)


마패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지방에선 마패를 도둑질해서 음식과 바꾸어 먹는 일(흔히 이야기하는 마패 훔쳐서 엿 바꿔먹는 ㅋㅋㅋㅋ)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왕조가 바뀌면 뒷면의 연호(아까 보셨던 옹정 8년)를 바꾸어야 했기 때문에 자주 개조되었다고 합니다. 은근 낭비네요. 마패와 얽힌 사건 가운데 마지막 사건은 김옥균을 살해한 자객 홍종우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홍종우가 전북 순창에서 의병장 최익현의 마패를 훔쳐서 서울까지 도망쳤던 일이라고 합니다.


지나가다가 마패하나 사서 그냥 지나치기 좀 거식해서 글을 썼더니 나름 길어졌네요. 평소 마패에 관심있었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