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부터 먼저 보시죠.

 

 

 

불이 되어버린 사람(Human Torch, 그레그 마리노비치, 1991)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Waiting game for Sudanese child, 케빈 카터, 1994)

 

매우 참혹한 광경이죠. 혹자는 말합니다. "얌마. 사진찍기 전에 저 사람들 구해야지!"라고. 사진기자로 현장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보도사진가의 임무는 현장에는 가장 가까이 가야 하지만, 반대로 현장을 건드려서는 안됩니다. 보도사진가가 현장에 개입하는 하는 순간, 그는 사진가가 아닌 어떤 편에 속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때부터 사진촬영은 힘들어지죠. 이를테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자 봉화마을에는 많은 언론이 찾아왔는데요, 모 언론의 경우 사람들에 의해 쫒겨났다고 하죠.

 

영화 뱅뱅클럽에선 사진기자의 단면, 그리고 사진기자가 갖춰야할 덕목을 엿볼수 있습니다. 뱅뱅클럽의 일원인 그레그 마리노비치가 '횃불이 되어버린 사람'을 촬영할때 (영화 상에서) 그는 현장에 뛰어들려 하다가 낭패를 볼 뻔 합니다. 조리돌림하는 사람들을 말리려다 칼에 맞을뻔 하기도 했고, 촬영한 사진이 범죄현장을 촬영한 사진이라는 이유로 잠시 현장을 떠났어야 했죠. 이후 그레그 마리노비치는 현장에 가까이 가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촬영하는 사진기자가 됩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사진은  케빈 카터의 사진,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이죠.(독수리와 소녀로 많이 알려졌음, 하지만 퓰리쳐상 사진집에는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으로 나왔기에 그를 따름) 이 사진에는 여러가지 사연이 담겨져 있지만, 우선 의무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이 사진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아이를 구했느냐 구하지 않았느냐입니다.

 

 

 

오! 주여...(영화 뱅뱅클럽 캡쳐)

 

케빈 카터는 아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구할수 없었다는 것이 팩트죠. 당시 수단을 촬영하는 기자들에겐 전염 위험 때문에 기근 희생자들을 만지지 못하게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뱅뱅클럽의 일원인 조아오 실버의 말에 따르면 쓰러진 수단아이는 어머니가 아이를 살짝 땅바닥에 내려놓았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독수리는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아이 뒤에 있었던 독수리는 케빈 카터가 사진을 몇 장 촬영하자 날라가버렸다고 하네요.

 

사진기를 내려놓은, 사진기자가 아닌 인간 케빈 카터는 괴로웠을 겁니다. 영화 상에서 케빈 카터는 그런 괴로움을 받아들입니다.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으로 사람들에게 곤욕을 치르자 케빈은 뱅뱅클럽 동료 그레그 마리노비치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레그. 그들의 말이 맞아. 전부 다. 전부 그러잖아. 이게 우리의 일이라고. 사람들 죽어나가는거 쳐다만 보는게. 그 말이 맞아."

 

그레그 앞에선 이런 말을 했지만 케빈 카터에겐 보도사진가로서의 자부심 또한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상의)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좋은 사진이라 함은..논란이 따르기 마련이에요.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니니까요. 저는 저나 그레그나 마찬가집니다. 분쟁 지역에서 나쁜 것들을 보게 되면, 그러니까 많은 악행들 말이죠. 사명감이 생깁니다. 사진으로라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요."

 

 

 

 

뱅뱅클럽의 두 사진기자가 희생당하는 모습.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이 사진은 분쟁지역 보도사진가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고 있다

(상단 : 켄 오스터브록의 마지막 모습. 하단 : 총상을 입은 그레그 마리노비치)

 

한겨레 신문 곽윤섭 사진기자의 말에 따르면 분쟁지역에서 취재하는 보도 사진가는 극히 일부라고 합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보수가 많아서, 좋은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은 더욱 아니라고 합니다. 끔찍한 비극을 막기 위함이죠. 앞서 케빈 카터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이야말로 분쟁지역의 보도 사진가의 마음가짐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뱅뱅클럽의 배우들과 실제 뱅뱅클럽의 주인공들

 

영화 내용은 그닥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는게 좋죠. 영화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끄적거려 봤습니다. 한때 보도사진 기자를 했었고, 다시금 보도사진 기자로 복귀하고 싶은 제가 느낀 점 말이죠. 그나저나 케빈 카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은 어서 빨리 고쳐졌으면 합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죽지 않았고, 케빈 카터는 도와줄 상황이 아니었으며-보도사진가로서 도와줘서도 안되고- 사진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 아니란걸 말이죠.

 

참고 : 퓰리쳐상 사진집, 중앙일보, 2010

         후지와라 아키오 지음·조양욱 옮김,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 예담, 2007

         사진마을, 다시 케빈 카터를 위한 변명, 2008, 2,15, http://photovil.hani.co.kr/45164

         뱅뱅클럽, 스티븐 실버 감독,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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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비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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